밤하늘을 가로지르는 은하수는 상상력을 자극하고, 광활한 우주에 대한 경외심을 불러일으키는 대표적인 천문 현상 중 하나다. 동양에서는 견우와 직녀를 이어주는 오작교 전설로, 그리스 신화에서는 여신의 젖이 하늘에 뿌려진 모습으로, 아랍 신화에서는 천사가 희생양을 데리고 가던 중 흘린 양털로 은하수를 묘사했다.
은하수는 연중 내내 볼 수 있지만, 가장 아름다운 모습을 사진으로 담을 수 있는 시기는 은하수가 하늘 높이 떠오르는 5~6월로 알려져 있다. 다만, 도시의 인공 조명으로는 은하수를 관측할 수 없어, 빛공해가 없는 외곽 지역으로 이동해야 한다.
은하수 사진 선정 기준은 무엇보다도 사진 품질이 최우선이다. 여기에 촬영 과정에서의 특별한 이야기나 다른 사진가들에게 영감을 줄 수 있는 요소도 고려된다. 올해 선정된 작품 중 몇 가지를 소개한다.
첫 번째는 뉴질랜드 겨울밤, 아오라키 마운트 쿡 국립공원에서 촬영된 ‘번개 호수’다. 작가는 “빙하 계곡을 따라 걷던 중 만난 호수에서 우연히 이 장면을 목격했다”며 “마치 다른 행성에 온 것 같은 느낌이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수직으로 길게 뻗은 은하수가 하늘에서부터 청록색 빙하 호수로 번개처럼 떨어지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또 다른 사진은 불에 탄 풀과 바위로 둘러싸인 장소에서 촬영됐다. 작가는 “하루 종일 구도를 찾던 중 우연히 이 장소를 발견했다”며 “작은 동물의 뼈와 큰 동물의 발자국이 가득한 이곳에서 하룻밤을 보내는 것은 긴장되었지만, 자연 위로 솟아오른 아치 형태의 은하수는 정말 환상적이었다”고 전했다.
사진 속 은하 중심은 하늘 높이 빛나고 있으며, 오른쪽에는 황도광이 은은하게 비추고 있다. 황도광은 우주 먼지들이 햇빛을 산란시켜 일출 전이나 일몰 후 지평선 위에 삼각형 또는 고깔 모양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작가는 “그 순간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눈앞에 펼쳐진 아름다움을 온전히 담는 것뿐이었다”며 “나와 이 세상, 그리고 우주가 깊게 연결되어 있음을 느낄 수 있는 순간이었다”고 말했다.
이어지는 사진은 겨울 은하수를 담기 위해 중세 성이 있는 지역을 찾은 작품이다. 당시 하늘에는 다양한 색의 구름처럼 보이는 대기광이 펼쳐져 있었다. 대기광은 지구 대기의 원자와 분자가 태양의 자외선을 받아 발광하는 현상이다.
이 작품은 1시간에 걸쳐 긴 노출 촬영으로 완성된 180도 파노라마 사진이다. 사진에는 왼쪽부터 시리우스, 오리온자리, 화성, 플레이아데스성단, 캘리포니아성운, 카시오페이아자리, 페르세우스자리 이중성단, 안드로메다은하까지 이어지는 하늘의 별과 성운이 한눈에 담겼다.
다섯 번째로 소개하는 사진은 뉴질랜드 남섬 남알프스의 ‘블러프 산장’에서 촬영한 은하수다. 작가는 “원래 이곳을 갈 예정은 아니었지만, 예정된 산장이 악천후로 접근이 불가능해지면서 헬기 조종사가 가장 맑은 하늘을 볼 수 있는 곳으로 안내해준 덕분에 이곳을 찾게 됐다”고 밝혔다.
슬로베니아 북서부 율리안 알프스를 가로지르는 브르시치 고개에서도 환상적인 은하수 사진이 탄생했다. 작가는 “눈 덮인 봉우리 위에서 마지막 겨울 은하수를 촬영하고 싶었는데, 브르시치 고개를 향해 운전하던 도중 갑자기 아이디어가 떠올랐다”고 전했다. 이곳 프레드네 로비체(해발 1941m) 정상에서 촬영된 사진은 한겨울 밤, 하얀 설산 위로 펼쳐진 장엄한 은하수를 담아내며 보는 이들의 감탄을 자아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