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의 지각변동: ‘가치 제고’ 타고 귀환한 외인, 그리고 벼랑 끝 공매도

올해 코스닥 시장의 공기가 심상치 않다. 만성적인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진원지로 취급받던 코스닥에 외국인 투자자들의 매수세가 다시 유입되고 있다. 작년 이맘때 2조 6000억 원어치의 물량을 거칠게 내다 팔았던 외국인들은 올해 벌써 2조 7000억 원 넘게 순매수하며 태세를 완전히 전환했다.

단순히 지수 상승률만 놓고 보면 코스피(약 85% 폭등)에 비해 코스닥(약 30%)의 오름세가 다소 밋밋해 보일 수 있다.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같은 굵직한 반도체 대장주들이 AI 테마를 타고 코스피를 강하게 끌어올린 탓이 크다. 하지만 코스닥 내부의 수급 흐름을 들여다보면 단기적인 자금 유입을 넘어선 구조적인 체질 개선이라는 훨씬 흥미로운 변화가 감지된다.

좀비기업 솎아내기, 유동성 공급에서 ‘질적 성장’으로

이러한 외인들의 기조 변화 저변에는 금융당국이 칼을 빼든 고강도 시장 재편 작업, 이른바 ‘밸류업(Value-up)’ 프로그램이 자리 잡고 있다. 핵심은 단순 명료하다. 시장의 물을 흐리는 부실기업들을 가차 없이 솎아내겠다는 것이다.

당장 7월부터 1000원 미만에서 맴도는 동전주들은 새로운 상장폐지 심사대에 오르고, 코스닥 상장 유지 최소 시가총액 기준도 300억 원으로 점진적으로 높아진다. 과거 정책들이 세제 혜택이나 유동성 공급 같은 ‘산소호흡기’ 달아주기에 급급해 재무 상태가 엉망인 좀비기업들을 연명하게 만들었다는 비판을 수용한 결과다. 이제는 액면병합 같은 꼼수도 깐깐하게 막고, 자본잠식 기업은 반기 심사 때 바로 퇴출시키는 등 ‘질적 성장’으로 방향타를 확 틀었다. 약한 고리가 빨리 끊어져 나가야 투자자들의 기회비용도 줄고 코스닥의 고질적인 저평가 설움도 털어낼 수 있다는 뚜렷한 계산이다.

에코프로의 역습과 공매도 세력의 ‘피눈물’

코스닥 전반에 체질 개선의 훈풍이 부는 가운데, 개별 종목 단에서는 그야말로 피 튀기는 수급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코스닥 활성화 기대감을 타고 상장지수펀드(ETF)를 통한 자금 유입이 시총 상위주로 쏠리면서, 오랫동안 공매도 세력의 집중 타깃이었던 에코프로비엠과 에코프로가 그 폭발력의 중심에 섰다.

주가가 단기간에 튀어 오르자 손실 눈덩이를 막기 위해 빌린 주식을 울며 겨자 먹기로 되사야 하는 숏커버링(Short covering) 물량이 쏟아졌고, 이게 다시 주가를 억지로 밀어 올리는 ‘숏스퀴즈’ 랠리로 이어졌다. 불과 일주일(1월 22~29일) 만에 에코프로는 무려 80.86%, 에코프로비엠은 53.63% 폭등하며 같은 기간 코스닥 지수 상승률을 가볍게 압도했다. 알테오젠을 밀어내고 코스닥 시가총액 1, 2위를 나란히 탈환한 것은 덤이다.

공매도 잔고 역시 썰물 빠지듯 줄어들었다. 에코프로비엠은 주가가 하루 만에 19% 급등한 시점을 전후로 순보유 잔고가 332만 주에서 286만 주로 쪼그라들었고, 에코프로 역시 875만 주에서 786만 주로 급감했다. 개인 자금이 개별 주식 직구보다는 ETF라는 바구니를 거쳐 유입되는 최근의 경향성 때문에, 지수 반등 초입에서 시총이 크고 공매도 잔고 비율이 높았던 종목들이 더 강한 탄력을 받은 셈이다.

화려한 불꽃놀이의 이면, 끝나지 않은 수급 전쟁

하지만 이 화려한 숏스퀴즈 랠리가 마냥 이어질 것이라 맹신하긴 이르다. 겉으로는 공매도 세력이 백기 투항을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보이지 않는 곳에서는 그에 맞먹는 규모의 신규 대차 거래가 조용히 체결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같은 일주일 동안 에코프로비엠이 상환한 물량(280만 주)과 거의 맞먹는 272만 주의 새로운 대차 물량이 다시 쌓였다. 에코프로의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상환된 494만 주 뒤로 413만 주의 신규 체결 물량이 꼬리를 물었다. 결국 코스닥은 지금 뼈를 깎는 제도적 체질 개선과 대형주를 둘러싼 맹렬한 수급 공방전이라는 두 가지 거대한 물결 위에 타 있다. 당장 눈앞의 주가 급등세가 언제까지 유지될지는 미지수지만, 올 하반기 본격화될 밸류업 정책의 성패가 이 복잡한 진흙탕 싸움의 향방을 가려낼 진짜 가늠자가 될 것이다.